[이슈브리핑 3호] 국내 의료취약지 개념 및 제도의 문제점과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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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393회 작성일 20-08-1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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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핑 3호
국내 의료취약지 개념 및 제도의 문제점과 대안
의료정책연구소
임선미
1. 들어가며
현재 국내 법률상 의료취약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재하나 정부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제2항에 따라 의료공급이 부족한 지역을 의료취약지로 지정하고, 지역 내 거점 의료기관을 지정하여 시설・장비・인력을 지원함으로써 취약지 주민의 의료서비스 접근성 개선과 적절한 자원배분을 목적으로 의료취약지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렇듯 의료취약지에 대한 법률상의 명확한 정의와 통일된 개념이 부재한 상태에서 정부는 의료취약지 문제에 대해 공공의료적 측면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대한 사안으로 여기며, 분만 취약지 지원, 응급의료 취약지 지원, 취약지 건강보험료 경감, 취약지 지역거점 공공병원 지원, 취약지역의 보건지소 및 진료소 설치, 의료 취약지 소득세 감면 등의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각각의 필요에 따라 의료 취약지를 정의하여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들간의 조화 및 조율이 없어(fragmentation) 충분한 효과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미래통합당에서는 현행법을 개정하여 응급의료취약지 지정기준을 종합병원 간의 거리가 30km 이상인 지역으로 법률에 명시하고,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감염병 확산 등의 위급상황에 관리와 지원이 필요한 지역도 의료취약지로 지정할 수 있도록 법안을 발의하였다. 과연 의료취약지 지정기준을 병원 간 거리로 한정하여 법률에 명시하면 의료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하고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2. 문제점 진단
1) 의료취약지 선정기준의 공감대 부족
국내에서 의료취약지에 대한 정의는 연구자마다 상이하며, 선정기준 역시 연구마다 차이가 있다. 문정주 등(2013)은 의료수요가 제한적이며, 보건의료자원에 대한 접근이 곤란하고 양질의 의료이용이 충족되지 못하며 건강수준 및 건강결과가 낮은 지역을 의료취약지로 정의하고 있다. 박기수 등(2010)은 의료취약지가 주로 농어촌 등 도시의 주변지역을 의미하며, 희소한 의료자원의 배치로 인해 질병이 발생했을 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지역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지역보건취약지역 종합점수”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의료취약지를 선정하고 있는데, 지역보건취약 종합점수는 “해당 핵심지표값들을 표준화, 가중치 부여, 통합하여 T점수(평균 50점, 표준편차 10점)로 환산한 지수를 의미하고, 점수가 높을수록 취약수준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결국 선행된 국내연구 및 정책 등을 종합해보면 의료취약지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진다. 1)지역 내 인구가 적고, 2)발전 잠재력이나 재정 능력과 같은 경제 구조가 취약하고, 3)사회, 문화, 교통 등 시스템 전반이 낙후된 지역으로 잠재적 의료 수요가 적다. 다시 말해, 보건의료자원(인력, 시설, 장비 등)이 부족하거나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의료이용의 지리적 접근성 및 적시성이 떨어지며, 보건의료서비스 이용이 제한되어 서비스 만족도가 낮은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통신 발달과 도시화 등 지역 여건이 많이 변화하고, 교통(예: KTX, SRT 등)은 갈수록 빠르고 편리해져 사실상 과거의 의료접근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캐나다, 스웨덴, 노르웨이는 환자의 50% 이상이 전문의를 만나기 위해 4주 이상 기다려야 하고, 미국은 외래진료를 보기 위해 약 24.1일을 기다리는 반면, 우리나라 국민은 외래진료를 희망하는 날짜에 대부분 받을 수 있으며, 외래진료를 받기 위해 평균 1.4일 대기하는 것으로 조사된바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도시와 농촌의 의사수 차이가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크지 않다는 보고 등을 감안한다면 의료취약지 개념에 접근성과 적시성 문제를 논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이치일지도 모를 것이다.
해외의 경우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의료취약지의 명확한 용어, 정의, 개념 정립이 부재한 상태이며, 주로 ‘Underserved Areas(취약지역)’ 혹은 ‘Rural and Remote Areas(시골 및 벽지)’등의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의료취약지역은 의료인부족지역(HPSA; Health Professional Shortage Area)이라 지칭한다. HPSA 목록은 공중보건서비스법(Public Health Service Act) 332항 1조 (A)에 의거하여 보건자원 및 서비스 국(HRSA; Health Resources and Services Administration)에서 매년 갱신하며, HPSA는 보건의료정책 지원내용에 따라 지역·인구·시설별로 세분화되어 있다. 호주 정부는 취약정도에 따라 차등적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벽지 및 농촌지역을 포함한 전체 영토의 취약정도로 구분하고 있을 뿐 보건의료자원을 기준으로 한 의료취약지 구분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The Department of Health, 2016). 일본 역시 의료취약지의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의료지원정책에서 이에 대한 설명을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불채산지역병원에 특별교부세 등을 배정한다. 일본 정부가 의료취약지라 여겨지는 시정촌내 병원에 재정지원을 하기 위함이다.
종합해보면, 국내외 의료취약지의 정의는 각 나라의 제도 및 법률에 따라 상이하지만 의료자원이 열악할 수 밖에 없는 환경 및 지역의 환자 유형별 유출입, 인구규모 등을 고려하여 지원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의료취약지에 대한 정의는 정책 및 지원제도의 종류에 맞게 특색 있는 기준으로 선정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의 고려 없이 의료이용을 위한 이동거리(30km2)만을 절대적으로 고려하여 의료취약지 개념을 법률에 명시하는 것은 실제 국민이 원하는 의료필요와 맞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이를 지원하는데 드는 비용만 무분별하게 사용될 소지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2)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고자 하는 유인요소 부재
의료취약지에서 의료자원 확보 및 배분을 논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 인력이라고 판단된다. 의료취약지의 의료기관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양질의 의료인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시설 및 장비 등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거나 훈련되어 있지 않다면 국민들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의료취약지에 근무하는 의사들을 원활하고 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한 주요 방안으로 인센티브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인센티브와 관련된 제도들이 시행되고 있으나, 외국의 제도와 비교했을 때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첫 번째는 지급 대상과 범위가 지역거점 공공병원과 의무직렬공무원으로 한정되어 있다. 미국과 호주의 경우 의료취약지에 근무하는 모든 의료인들은 직군에 관계없이 정해진 기준에 맞는 인센티브를 지급 받을 수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급대상자의 범위가 의무직렬공무원에 해당하는 의료인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의사는 지역의 취약정도에 따라 월별 특수근무수당을 지급받는데, 일반의의 경우 월 60~85만원의 수당을 추가적으로 받을 수 있고, 전문의의 경우 월 70~95만원을 차등 지급 받는다. 지역거점 공공병원에 의사인력을 파견하는 경우도 국비와 지방비로 지원되다 보니 파견의사 수와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이 한정되어 있는 문제가 있다. 2015년 지원인력이 55명, 2020년 지원인력도 55명으로 증가가 없으며, 지원예산에도 큰 변화가 없다. 근속기관과 근무지 주변 생활환경까지 고려하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해외국가들과는 달리 의사의 근속기간, 주변 환경, 지역근무 이후 복귀했을 때 승진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우리나라 의료제도 안에서 일정기준 일관된 인센티브를 제공받으며 취약지역에 근무하려는 의사가 과연 얼마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3) 출신지역과 현 근무지역 현황
2016년 전국의사조사 연구에서 의사들의 출신 지역과 현 근무지역의 일치정도를 분석한 결과 39.8%만 일치하였다(표 1). 대다수의 의사들이 본인의 연고지가 아닌 다른 지역에 정착하고 있다. 지역 간 차이로 봤을 때 다른 요인들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생각되어 단순히 의사정원을 늘려 지역 간 편차를 줄이려고 하기보다 이런 지역 간 편차가 왜 발생하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실패한 것과 같다. 단기간의 경제적 유인과 현행 지원제도만으로는 의료취약지에 정착하여 근무할 의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표 1] 출신 지역과 현 근무지역 일치율
(단위: 명, %)
구분 | 총 인원 | 일치 | 불일치 | 지역내 정착률 |
전체 | 8,392명 | 3,340명 | 5,052명 | 39.8% |
주) 은퇴자 제외, 출신 지역은 고등학교 졸업 지역으로 정의
출처: 이정찬 외. 2016 전국의사조사.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2017. p.44.
3. 대안
1) 의료취약지 선정 기준 조정 필요
의료취약지 지정기준을 정의하는데 있어 종합병원간 거리나 시간이 우선순위가 아닌 의료취약지역의 인구 수(배경수요인구), 의료이용자, 의료서비스 현황(의료시설 및 인력 등), 입지 등을 고려한 후 해당지역 환자들의 이용량과 이용패턴의 지리적 구분을 적절히 분석하여 의료취약지의 개념을 정립한 후 관련된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잠재적 우선순위를 부여하여 의료취약지역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의료취약지 관리를 위한 협력체계 구축 및 거버넌스 필요(가칭 ‘통합지역보건계획’ 필요)
지역거점의료기관을 지정하여 지원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시행하고 있는 지원사업이 제대로 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 지역의 거점의료기관 외에 취약지역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협력하여 취약지 환자의 치료뿐만 아니라 환자관리를 위한 파트너, 연계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지원 및 협력체계를 마련할 것을 제안해 본다. 즉, 의료취약지역 내 권역 의료기관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역할을 분담하여 효과적으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연계체계 구축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는 이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소요비용을 보상하거나 의사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기존에 취약지 의료인의 벽지수당에 대한 세금감면, 비과세는 월 20만원으로 피고용자 신분의 의사(봉직의)만 해당되어 개원 의사들을 벽지로 유입시키는데 충분한 유인이 될 수 없다. 의료 공급자들의 행위변화를 위해서는 충분한 재원이 요구된다.
의료기관간 협력체계 외에도 중앙정부와 지자체, 권역・지역 의료기관 및 지역주민 참여 등 이해관계가 다른 관계자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협력(예산지원 포함)을 통해 취약지역의 통합된 의료서비스 계획이 필요하다.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지속성(sustainability)을 가질 수 있도록 충분히 검토한 후 반영되어야 한다. 필수과를 중심으로 취약지역에 집단개원을 하게 될 경우 받을 수 있는 혜택, 의료인의 가치중심의 수가(공급자 인센티브), 환자들이 적시에 편리하고 쉽게 권역 및 지역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한 이동지원서비스 또는 연계체계 방안 등을 지자체가 수행하는 등 지역보건체계를 먼저 통합하여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3) 의료취약지 의료인 확보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
의료취약지와 관련한 다양한 지원제도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의사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라고 볼 때 현행 인센티브 제도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지원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의료취약지에 다수의 의사가 모여 함께 공동 운영하는 집단개원 형태를 유지할 경우 받을 수 있는 혜택, 예를 들어,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과 진료이외 부수적인 일들을 해결할 수 있는 보조인력에 대한 인건비 등을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방안이 있다. 또 다른 대안으로 취약지역에 근무하는 모든 의료인에 대해 근속률과 지역의 취약수준을 반영하여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는 방안, 덴마크에서와 같이 의료취약지 소재 병원에서 근무할 경우 병원(기관)과 의사(개인)의 두 가지 경로로 인센티브를 지원 받을 수 있는 방식이 있다. 또한 선행연구결과 의사들의 62.5%가 은퇴 후 자원봉사 및 재취업을 희망한다고 응답한 것처럼 60세 이상 퇴직을 고려하는 의사에게 지역에 따른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지원 가능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4. 결론
세계보건기구(WHO)는 ‘개발도상국에서의 의료취약지 소재 의료인력 유치 및 유지에 관한 연구’에서 의료취약지 지원제도의 특성을 크게 4가지(교육, 규제, 인센티브, 생활환경 개선)로 구분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은 우수한 시설과 장비가 집중된 곳으로 이동하고, 환자들은 이러한 자원과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 소재 의료기관을 신뢰하고 선호하고 있다. 취약지로 의사인력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취업지원, 근무환경 개선, 경력지원, 지역 의료기관 및 관계자와의 협력체계 구축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통합적으로 추진해야한다. 일본 지역의 젊은 의사인력 확보 정책이 실패한 사례와 같이 정책적 제도들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의사수를 증원한다고 해서 취약지역으로 자연스레 의료인력이 유입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향후 기존의 의료취약지 정책간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대안들과 새로운 정책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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