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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핑 1호] 의사수 부족, 진실 아닌 정치적 주장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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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의료정책연구원
조회 6,245회 작성일 20-04-2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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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핑 1

의사수 부족진실 아닌 정치적 주장일뿐


의료정책연구소


박정훈, 이정찬


1. 의대증설을 통한 의사인력 증원이 필요한가?

최근 총선과 맞물려 의대 증설이나 증원 등의 공약이 무분별하게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의사가 부족하다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의대정원 확대를 추친하고, 증원된 인력을 지역 병원에 의무복무토록 하겠다는 공약을 제안한바 있으며, 포항에서는 의과대학 유치 및 대학병원 설립 공약을 내세웠다. 창원에서도 민중당이 의과대학 유치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경남에서는 지난 2013년 진주의료원 폐쇄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핑계로 의료원과 의대 설립 공약을 동시에 내세우며 공공의료 강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런데 과연 의대 신설을 통해 정원을 확대하기만 하면 의사 부족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경제까지 살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인가?

2. 문제점 진단

1) OECD 의사 수 국가 간 비교의 허점

의대 증원 및 증설 주장의 근거로 OECD 국가 간 의사 수 비교가 단골로 등장한다. OECD 통계로만 보면 2017년 기준 인구 천명 당 활동의사 수는 회원국 평균인 3.4명에 비해 우리나라가 2.3명으로 부족한 듯 보인다. 그러나 OECD 통계를 근거로만 우리나라의 의사인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 이유는 의사인력 산정 기준이 국가별로 상이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네덜란드, 호주 등에서는 의사인력 산정에 있어 전일근무자(FTE, Full Time Equivalent) 기준을 사용하는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근무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인력 기준을 사용하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삼가야 한다. 또 다른 이유는 OECD 국가의 국토면적대비 의사밀도에서 우리나라는 10km2당 12.1명으로서, 네덜란드(14.8명)와 이스라엘(13.2명) 다음으로 3번째로 높다는 점이다. 인구 천명 당 활동의사수가 가장 많은 오스트리아(5.18명)는 국토면적 대비 의사밀도가 5.44명으로 OECD 36개 나라 중 11위에 불과하다. 따라서 단순 통계만으로 우리나라 의사 수 부족을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 인구감소와 활동의사 증가율 미고려

인구감소와 활동의사 증가율을 고려하지 않는 의대 증원은 공급과잉 등의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활동의사는 이미 2017년 약 10만여 명을 넘어섰고, 인구 천명 당 활동의사 수는 1.9명으로 2012년 이후 최근 5년 동안 소폭이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활동의사 1인당 인구는 2012년 590명에서 2017년 523명으로 약 12%정도 감소하였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 인구 천명 당 활동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3.0%로 OECD 회원국 평균 2.5%보다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 연평균 인구증가율이 0.49%임을 감안할 때 2028년이면 OECD 평균치를 추월한다는 보고도 있다. 지금보다 더 정밀한 의사인력 추계가 요구된다. 이와 더불어 임상의사 인력 매년 약 2,500명씩 증가하고 있는데, 인력과잉이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현행 저수가 체계를 유지하면서 의사만 추가 배출하여 공급이 과잉되면, 의사는 불가피하게 의료수요를 창출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국민의료비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3) 의사 수 부족 보다 지역별 의료격차가 문제

우리나라는 의사의 양적부족이 문제이기 보다 수도권에 대다수 의료기관들이 밀집해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상급종합병원 43개 중 22개(51.2%)가 수도권에 분포하고 있다. 비단 상급종합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 마저도 지방보다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다. 지역별 의료격차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시설, 장비, 인력 등의 의료자원이 지역별로 불균형하게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은 우수한 시설과 장비가 집중된 곳으로 이동하기 마련이다. 환자들은 이러한 자원과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 소재 의료기관을 신뢰하고 선호하는 것이다.

4) 의사부족 문제와 상치되는 우수한 의료접근성

의사부족 주장의 타당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낮은 의료접근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환자가 원하면 당일 진료가 대체로 가능하다. 2017 의료서비스 경험조사에 의하면 당일 예약환자의 외래 대기시간은 21분밖에 되지 않으며, 환자들은 10분만 대기해도 참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초진 진료를 위한 환자 대기시간이 2017년 기준 약 24.1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된바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서도 우리나라의 진단검사 접근성이 다른 국가들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4월 7일까지 약 44만 건의 검사를 수행하였으며 확진률 역시 2.3%에 불과하다. 기침과 발열 등의 경미한 증상만으로도 검사가 가능하고 의사를 비롯한 의료 인력들이 검진과 치료관리에 집중한다. 이 또한 의료접근성이 우수하기에 가능한 결과이다. 따라서 의료접근성이 우수한 나라에서 의사 부족 문제를 논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5) 의료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전문인력 배출 문제

현재 수련병원의 전공별 전공의 TO는 매년 보건복지부 산하 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여 공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는 전공의 적정 인원 산정을 위한 실행부서가 부재하므로, 전문의 인력 추계 업무는 어쩔 수 없이 해당 학회에 의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학회 역시 급변하는 의료수요와 질병 변화의 패턴 등에 기반한 근거 중심의 논리적·체계적인 분석 없이 과거로부터 흘러온 방식대로 소위 ‘역사적 산정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지도전문의 수에 따라 전공의 인원을 편성하고 있다. 이러한 무분별한 전공의 수급정책은 전문의의 고용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 전문의가 되어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때 본인의 전공과목이 아닌 다른 의료행위를 수행하게 하는 괴리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다.

3. 대안

1) 의료수요에 맞는 적정 전문인력 양성 필요

선진국에서의 전공의 수급정책은 우리나라의 지도전문의 수에 따른 전공의 인원 편성방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즉, 전공의 수급계획을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중요한 요소라 인지하고 정부의 사업계획 및 예산확보에서부터 전공의 적정인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따라서 전공의 정원조정은 사회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여러 통계자료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일례로 영국에서는 수술건수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병원은 전문 인력 양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수련병원의 의학교육 질을 담보한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료수료에 부합하는 적정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차원의 전공의 수급 장기계획을 마련하여 추진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인력 양성에 소요되는 비용과 함께 배출된 인력이 실제 진료를 하게 되었을 때의 의료비 지출 등도 포괄적으로 고려하여 관련 예산을 미리 확보해야한다. 즉, 선진국처럼 전공의 수급정책을 의료정책의 중요한 기초로 인식하는 사고의 전환이 선제되어야 한다.

2) 의사인력 관리를 위한 전문조직 필요

우리나라는 전문성이 결여된 몇몇 중앙 공무원이 보건의료인력 관리를 하고 있다. 또한 의사 인력 규모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청구내역을 바탕으로 간접적으로 추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보험청구와 무관한 진료영역에서 종사하고 있는 의사들이 누락되어 정확한 추계를 어렵게 한다. 미국에서는 보건부 산하 기관인 보건자원서비스청(HRSA)에서 보건의료자원 수급정책을 위한 근거자료를 마련하고 있으며, 의료인력의 수급정책을 위해 직종별, 전문과별 추계를 주기적으로 수행한다. 캐나다는 캐나다보건정보연구소(CIHI)에서 의료인력을 총괄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보건의료인력 수급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독자적인 전문기구가 필요하다.

3) 지역 일차의료강화를 위한 의료전달체계 확립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우수한 시설과 인력이 집중되다 보니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지역 간 의료접근성 차이를 야기하여 건강수준이나 사망률 등에 있어 격차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가 먼저 확립되어야 한다. 2019년 정부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하면서 역량 있는 지역의 종합병원을 (가칭)지역우수병원으로 지정·육성한다는 방안을 내놓은바 있다. 그러나 단순히 ‘우수병원’이라는 명패를 부여하는 것만으로는 지역주민들의 기존 의료이용 행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없다. 의사인력을 충원하는 것만이 또한 능사가 아니다. 일차의료 활성화를 통해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을 억제해야 하는데, 우수한 인력이 지역 일차의료기관에서 일할 수 있는 강력한 유인을 제공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의료전달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 공공의료기관 역량 강화

지역의대 신설이나 공공보건의료대학원 설립만으로 지역별 의료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 시설의 양적 증대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보다는 기존 취약지 소재의 공공보건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료의 질이 담보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의료인의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2018년 기준 공공의료기관은 전국에 121개소로 6개 지역(수도권, 강원, 충청, 경상, 전라, 제주)로 나누면 수도권(33.1%), 경상(24.0%), 전라(14.0%), 강원(13.25), 충청(12.4%), 제주(3.3%) 순이다. 지역거점공공병원의 경우 39개 병원을 대상으로 매년 4개 영역(양질의 의료, 합리적 운영, 공익적 보건의료서비스, 공공적 관리)에 대해 운영평가를 수행 한다. 2018년 평가 결과 전체의 평균점수는 75.2점으로 과거에 비해 점차 개선(2015년 72.1점) 되고는 있지만, ‘양질의 의료’ 영역은 68.3점으로 다른 영역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 진정한 지역 의료발전을 위해서 지역거점공공병원을 포함한 공공의료기관의 서비스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선제되어야 한다. 지역의료의 발전·개선은 수도권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결론

무조건적인 의대신설이나 증원은 가장 단편적이고 임기응변적인 의사인력 수급조절 정책에 불과하다. 의사인력의 수급 논의는 의대 입학에서부터 졸업, 면허취득, 전문의 배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관점에서 고민해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여기에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대입한다거나 단순 통계에만 의지하여 수급을 관리하면 향후 공급과잉으로 인한 부작용을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한 명의 의사가 양성되는 데에는 최소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므로 의사인력 양성체계 전주기를 감안하여 다양한 관리요소(입학정원, 의사국시 합격률, 전공별 인력수급, 지역 및 전문과목별 인력수급)에 대한 통합적·체계적인 정책 개입이 수반되어야하며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전담조직 설치 역시 필요하다.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불필요한 외부개입이 발생할 경우 의사인력 수급에 있어 불균형을 초래하게 되고 이로 인해 우리사회는 여러 부작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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