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수준 높은 연구보고서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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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83회 작성일 25-08-1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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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의료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보건복지부가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주제로 공식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담은 보고서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에 깊은 환영과 감사를 표한다.
그동안 해당 주제는 사회적·법적 민감성으로 인해 연구 접근이 쉽지 않았으며, 특히 일반 연구자가 검찰청이나 법원 자료를 활용해 심층 분석을 수행하는 데는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체계적 연구가 이루어졌다는 점은 실증적·정책적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보건복지부 연구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의 제1심 형사판결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의료정책연구원(의정연)은 2008년부터 2020년까지의 판결문과 정부 통계를 기반으로 하되, 진료과 명칭 및 분류의 변화,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설립 이후의 통계기준 변경 등을 반영해 2010∼2020년 데이터를 최종 분석에 활용했다.
특히 의정연은 보고서 발간 전, 제1심 형사재판 분석 결과를 한국의료법학회 논문으로 발표해 학술적 검증을 선행했고, 국외 사례와의 비교 분석을 통해 연구의 타당성과 국제 비교 가능성도 높이고자 했다.
아래 [표 22]는 의정연 보고서에 수록된 한국, 일본, 영국의 형사재판 결과 비교표이다.
보건복지부가 분석한 2019∼2023년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의정 갈등이 겹치며, 의료 현장의 불안정성이 극도로 높아졌던 시기였다.
이 시기와 그 직전의 5년간(2014∼2018년)을 비교해 보면, 의료과실로 제1심 형사재판을 받은 의사 수는 무려 19명 증가했으며, 유죄 판결 건수도 18건이나 늘었다. 반면, 무죄 판결 수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점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변화는 형사재판으로 이어지는 건수와 유죄율이 의료현장의 구조적 불안과 함께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증적 증거로 해석될 수 있다.
의정연 보고서는 제1심 형사판결 분석과 검찰 기소 통계를 구분해 독립된 장으로 서술하고 있으며, 검찰청 통계에서 '범죄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각주(주석 8)에서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검찰의 '범죄분석' 통계는 주로 '처리' 건수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사건별 기소·불기소 여부는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으며, 연구자가 접근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전문가 직종별 기소율 통계는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연구자가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수치는 '처리' 건수다. 이에 따라 의정연은 '처리'를 '기소'로 표현하고, 제1심 형사판결 결과는 별도로 조사·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보건복지부 연구에서 다룬 2019∼2023년 기간의 검찰 처리(기소) 건수가 오히려 직전 5년간보다 다소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수치는 전체 처리(또는 기소) 건수는 유사하거나 소폭 감소한 반면, 제1심 형사재판 건수 및 유죄 판결 수는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책임이 과거에 비해 강화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한편, 보건복지부 보고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연구 방법, 분석 절차, 산출 방식 등 핵심 정보는 확인이 어렵다.
따라서 이 보고서가 제1심 형사판결을 바탕으로 기소 건수를 추정한 것인지, 혹은 검찰청의 원자료를 직접 분석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또한 필수 진료과와 선택 진료과 간 형사책임의 차이를 어떻게 분석했는지, 어떤 정책적 함의를 제시했는지도 주요 검토 대상이다.
이번 보건복지부의 연구가 의료정책연구원 또는 기존의 관련 보고서들과 분석 방향을 달리하거나 상충되는 정책 제안을 담고 있다면, 그 차이에 대한 충분한 해석과 투명한 공개적 논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나아가, 정부가 제시한 개선방안이 의료정책연구원은 물론 기존의 다른 연구들과 연구 범위나 방법론 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이한 결론에 도달한 것이라면, 그 해석의 차이를 중심으로 한 건설적이고 개방적인 토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형사정책과 의료 현실 간의 균형점을 찾고, 정책의 신뢰성과 수용성을 함께 제고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이번 보건복지부의 연구가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책임 문제를 보다 심층적으로 조망하고, 의료 현장의 실정과 국민의 기대를 모두 반영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해당 연구보고서가 조속히 공개되어, 더 많은 전문가와 시민들이 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사회적 논의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출처 : 의협신문(https://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0635&sc_word=&sc_wor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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