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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기영합 법적 사고 버려야 한국 의료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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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의료정책연구원
조회 73회 작성일 25-02-1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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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일부 법률가와 변호사 단체에 의하면 의료소송에서 전부 승소율이 5년간 1심 판결 기준 1% 미만에 불과하다면서, 돈이 되지 않기에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2011~2020년 1심 의료과오소송 중 원고 전부 승소는 평균 0.9%, 일부 승소는 29.6%이며, 다른 불법행위 중 원고 전부 승소는 9.3%, 일부 승소는 22.5%이다. 일부 승소를 포함하면 의료과오소송에서 원고 승소율은 일반 불법행위 소송과 큰 차이가 없다.

손해배상 소송은 기본적으로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배를 지향하므로 불법행위 소송과 관련 없이 원고 전부 승소율이 낮은 것은 일반적 현상이다. 의료과오 일부 승소율이 일반 불법행위 소송보다 높은 것은 의료과오소송 소가가 높은 데 기인한다. 이와 같은 소송 현황을 간과한 채 의료체계와 의료 관련 법률에 대한 전문성 부족을 단지 돈벌이로 치부하는 것은 법률가의 양심을 저버리는 것이다.

나아가 일부 법률가는 쉬운 소송을 위해 독일식 과실추정과 입증책임전환을 주장한다. 그러나 독일의 계약책임과 불법행위 책임은 우리나라의 민법, 의료체계와 다르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의료법에 의료인의 유형과 법적 책임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행정제재와 형사처벌한다. 독일과 같은 의료계약을 민사상 전형계약으로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이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독일식 의료계약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편의적이고 사대주의적인 사고 방식일 뿐이다.

일부 법률가는 수술실, 중환자실 등 의료행위의 특성 중 하나인 밀실성과 진료기록 미기재의 경우 과실을 추정하고, 이에 대한 입증책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 형성을 위해서도 입증책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민사소송 판례는 오래 전부터 증명책임 완화를 통해 입증책임의 곤란성을 해결하고 있었다. 진료는 의사와 환자 간 신뢰관계 없이는 형성될 수 없다. 하지만 과실추정과 입증책임 전환은 오히려 신뢰관계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소극 진료의 원인이 된다.

독일과 같은 계약책임 도입, 과실추정과 입증책임 전환을 통해 얻는 실익이 과연 환자를 위한 것인지, 법률가들의 쉬운 돈벌이 수단인지 되묻고 싶다.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형사소송을 제기하는 경향이 있다. 즉 입증책임의 곤란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입증책임을 전환하자는 주장도 현실성이 없다.

과실추정과 입증책임 전환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을 의식해 당근책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처럼 민사 합의를 강조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제안하는 법률가도 있다. 그러나 행위가 법적으로 정형화돼 있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의료행위와 관련된 의료사고처리특례법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의료사고가 민사에 관한 의료분쟁조정법과 같은 의미인지부터 밝혀야 할 것이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의료과실로 인한 형사상책임을 면제하는 것이 주안점이며, 이는 보험 또는 공제 가입과는 관련이 없다. 보험 또는 공제 가입을 통한 민사적 문제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은 의료과실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일삼는 우리나라의 비상식적인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지, 일부 법률가 또는 단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의사에게 특혜를 주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독특한 의료 관련 법률과 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사대주의적인 법적 사고 방식과 접근은 법과 의료 체계를 혼란에 빠뜨릴 뿐이다. 우리나라의 법적 수준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의료 관련 법 전문가와 의료인이 상호 노력해 비정상적인 의료 관련 법규가 정상화되길 희망한다.

*출처: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2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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