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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료환경 고사시키는 ‘의료 형사 범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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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의료정책연구원
조회 342회 작성일 24-07-2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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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환경 고사시키는 형사 범죄화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원장 ·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2024년 현재 기준으로 전 세계에는 195개국과 국가로 인정받지 못한 두 곳이 존재한다. 오늘날의 영국은 쇠퇴하는 듯 보이나 그래도 과거에 찬란했던 대영제국의 후광으로 약 80여 개국은 영국 사법제도의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사법제도는 성문법이 아닌 판례 중심 체계의 ‘common law system’이란 명칭으로 통칭된다. 이에 비해 일제 후식민문화적 사법제도를 고수하는 우리나라는 미국식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하였으나 여전히 독일과 일본식 대륙법을 따르고 있다. 지금의 세상은 점차 생활의 범위가 좁아지고 있으며 영, 미식 제도든 유럽의 대륙법이든 간에 그 간극도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21년 미국에서 영화 촬영 중 공포탄이 아닌 실탄이 장전된 줄도 모르고 한 배우가 발사한 자동소총에 의해 촬영기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유명 배우 겸 감독인 Alec Baldwin은 감독으로 비자발적 살인 혐의인 과실치사로 기소되었다. 그러나 며칠 전 담당 판사는 이 사건을 기각시켰고, 그로 인해 Baldwin은 감옥에서 복역할 이유가 사라졌다.

 

악성 과실이 아닌 이상 대다수 국가 의사 형사처벌에 매우 신중

 

한 국가에서 어떤 형태의 사법제도를 갖고 있든지 의료과실이 형사사건으로 귀결되는 사례는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매우 드물다. 의료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경우는 공정하고 엄격한 사법 시스템에 걸맞게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어처구니없는 황당한 태만과 사기, 성추행, 고의성 등이 증명된 지극히 제한된 경우로 국한한다.

 

이들 국가들의 공통점은 의료에 대한 형사처벌을 지양하되, 의료사고로 인해 환자가 입은 손해에 대한 합리적 보상 방안과 의료의 특성에 입각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 확대 방안 등에 집중하고 있다.

 

영국식 사법제도에서 의료과실에 대한 판단은 우리나라에서도 익숙지 않은 두 단계 시험을 거친다. 그 두 단계 시험은 ‘Bolam Test’‘Bolitho Test’로 의과대학생이나 의사를 위한 교육자료에 잘 소개되어 있다.

 

과실에 대한 판단은 우선, 의사가 적절한 치료의 표준(standards)을 충족했는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Bolam Test는 지난 1957년에 발생한 과실 사고에서 유래된 명칭으로, 의사의 의료행위가 책임 있는 기관이 적절하다고 인정한 관행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다.

 

불가항력적 의료과실은 면밀한 판단으로 민사적 배상이 원칙

 

Bolam Test가 실제 상황에 적용되는 예를 보면 우선 의료과실은 형사법원이 아닌 민사법원의 사안으로 원고와 피고 모두 피고와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의가 전문가로서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전문가들은 피고인의 의료행위가 유사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책임 기관이 적절하다고 간주하는 것과 일치하는지에 대한 증언을 제공한다.

 

법원은 의사의 치료나 절차가 해당 분야의 존경받는 소수 전문가에 의해 통상적인 범위에 수용되는 여부를 신중하게 고려한다. 소수의 전문가가 피고의 의료행위가 수용이 가능한 것으로 간주 되면 다른 전문가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피고인의 과실로 간주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의무 기록, 지침 및 진료 표준을 검토하여 이른바 허용된 의료(accepted practice)’를 설정한 후에 문제의 의사가 허용된 의료를 준수하였는지 여부를 면밀하게 조사하는 것이다.

 

Bolitho Test는 지난 1997Bolitho 사건에서 유래하였으며, 전문가 의견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Bolam Test를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 전문가 의견이 피고인의 행위를 지지하더라도 법원은 그 의견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인지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전문가 증언의 일관성, 근거, 논리적 근거의 준수 여부를 검토하여 전문가 의견이 치료나 시술과 관련된 위험과 이익을 고려했는지 여부를 평가한다. 여기서 전문가 의견은 논리적인 검토에 반드시 부합되어야 하며, 비합리적이거나 지지할 수 없는 전제에 대해서는 절대로 기반을 삼을 수 없다.

 

의료과실 사법적 판단 전문가 견해와 의학적 허용 원칙이 관건

 

최종적으로 판사는 의사에게 알려졌거나 알려졌어야 하는 잠재적 위험을 포함하여 해당 사건의 광범위한 맥락을 더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가 제공하는 의견은 일관되고, 합리적이어야 하며 건전한 의학적 원칙에도 기반을 두어야 한다.

 

임상 과실 사례의 실제 단계를 살펴보면, 피해 환자(청구인)는 변호사와 상담한 후 의무 기록을 비롯하여 기타 관련 문서를 포함한 초기 증거 자료들을 수집한다. 독립적인 의사 전문가의 공정한 자문을 받아 사례를 검토하고, 치료 기준이 충족되었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공받는다. 해당 전문가는 피고인 의사와 동일한 임상 분야 출신이어야 한다.

 

재판 전 절차는 원고와 피고 간의 전문가 보고서를 교환한다. 재판 전 청문회에서는 전문가 증거의 허용 가능성과 그것이 Bolam Bolitho 표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다룰 수 있다. 법원 절차는 재판 중에 전문가 증인이 양측의 반대 심문을 받는다. 판사는 피고 의사의 행위가 의료행위에 부합하는지(Bolam)와 뒷받침하는 전문가 의견이 논리적으로 방어가 가능한지(Bolitho)를 평가한다.

 

최종적으로 판사는 볼람(Bolam)과 볼리토(Bolitho) 테스트를 통해 치료 기준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 두 시험 결과가 충족되면 청구인은 과실로 인해 입은 손해에 대해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다.

 

Bolam Bolitho 테스트는 임상 과실 사례의 치료 표준을 평가하기 위한 뼈대를 제공한다. Bolam 테스트는 의사의 행동이 허용되는 의료(accepted practice)와 일치 여부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Bolitho 테스트는 이러한 허용된 의료에 대한 논리적 건전성을 확인한다. 두 테스트 모두 전문가의 증언과 일관되고 합리적이며, 이를 제대로 뒷받침하는 의견을 제공하는 전문가의 능력에 크게 의존한다.

 

선진국 논리의 건전성과 진료 표준 위반 여부가 주요 쟁점

 

영국은 Bolam Bolitho 테스트 모두 적용한다. 호주 법원은 Bolam Test를 채택했지만, 적용 방식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의학적 소견이 논리적인지 확인하기 위해 Bolitho 테스트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뉴질랜드는 Bolam 테스트와 유사한 원칙을 따르며, Bolitho 테스트의 영향은 임상 과실에 대한 법적 틀에서 볼 수 있다.

 

캐나다 법원은 Bolam Test를 자주 언급하며 임상 과실 사례를 판단할 때 Bolitho Test의 원칙도 고려한다.

 

인도 법원은 임상 과실을 결정하기 위해 다양한 판결에서 Bolam 테스트와 Bolitho 테스트를 모두 인용하고 있으나, Bolam 테스트가 더 일반적으로 참조되어 판결에 반영된다고 한다.

 

독일은 성문화된 민법 시스템에 따라 의료과실을 다루고 있는데, 과실 판단에 대한 핵심 사항은 다음과 같다. 독일에서 의료과실은 계약상 책임(의사와 환자 간의 계약)과 불법행위 책임(일반 불법 행위법 원칙에 따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독일 법원은 의료전문가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의료행위 표준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평가한다. 여기에는 진료 표준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의료전문가의 증언이 포함된다.

 

국민 정서앞세운 여론재판식 형사처벌 의료체계 붕괴 가속화

 

환자는 일반적으로 의료 서비스 제공자가 진료 의무를 위반했으며 이러한 위반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음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중과실이나 근본적인 의무 위반의 경우, 부주의하게 행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명확하게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의료 서비스 제공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과실이 입증되면 환자는 물질적 손해에 해당하는 의료비와 소득 손실분 등과 비물질적 손해에 해당하는 통증과 고통 등에 대해 현실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프랑스도 민법 시스템을 사용하며 법적 틀 내에서 의료과실에 대한 특정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의료과실 사건은 의료 서비스 제공자의 의무와 책임을 명시한 프랑스 민법에 따라 규제받는다. 독일과 유사하게 치료 표준은 유사한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유능한 의료전문가가 수행하는 작업을 기반으로 한다. 치료 표준의 위반 여부를 판단하려면 전문가의 의학적 소견이 매우 중요하다.

 

프랑스에서는 의료 서비스 제공자의 행동이 허용된 치료 표준에 미치지 못했고 이것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환자가 증명해야 한다. 특히 과실이 추정되는 경우 그 입증 책임이 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 전가될 수 있는 몇 가지 예외 조항이 있다. 여기서 환자는 경제적, 비경제적 손해에 대한 보상을 요청할 수 있다. 프랑스 시스템은 또한 과실 여부에 관계없이 특정 유형의 의료 피해에 대해 국가 차원의 의료상해보상제도를 통해 추가적인 보상을 허용하고 있다.

 

2002년에 설립된 의료사고보상국가기관(Office national d'indemnisation des accidents médicaux, ONIAM)은 소송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별도의 행정절차를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수혈, 감염, 예방접종 등을 비롯하여 결함 있는 의약품 및 의료기기, 생리학 연구 등과 관련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국가가 전적으로 보상하는 시스템이다.

 

독일과 프랑스 모두 치료의 표준을 설정하고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의료전문가의 증언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의료과실 처리에 대해 보다 엄격하고 체계적인 접근 방식을 반영하고 있다.

 

형사처벌 무서운 의료 환경 필수 의료 회생 어려워

 

일반적으로 과실을 입증할 책임은 환자에게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상황에 비해 특히 심각하고 명백한 결함과 관련된 경우에는 그 책임이 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 전가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의료과실 피해자는 경제적, 비경제적 손해 모두에 대해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 운용되는 민법 체계는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와 법적 발전에 적응하기 위해 처음부터 수많은 수정과 개혁 등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출처 : 청년의사(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19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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