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시리즈 : 의대정원의 본질은 포퓰리즘?> 의대정원, 포퓰리즘은 안 된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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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23회 작성일 24-04-0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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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칼럼]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
<의대정원 시리즈 : 의대정원의 본질은 포퓰리즘?> [1] 들어가며 : 뜬금포 같은 의대정원 확대 뉴스 [2] 'OECD 의사 수 평균'이라는 가스라이팅 [9] 나가며 : 의대정원, 포퓰리즘은 안된다 |
■ 정치는 어떻게 포퓰리즘의 늪에 빠지나
포퓰리즘은 '대중', '민중'을 뜻하는 라틴어 '포풀루스'(populus)에서 유래한 단어로 원래 소수 엘리트의 지배에 맞서 대중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강조하는 의미의 용어다. 포퓰리즘에 대해 독일 태생으로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교수인 얀 베르너 뮐러는 그의 저서 <누가 포퓰리스트인가>에서 '포퓰리스트란 반엘리트이면서 반다원주의를 지향하며 자기들만이 국민을 대표한다고 주장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근래에는 대중의 인기만을 추구하여 선심성 정책을 내세우는 정치행태를 가리키는 부정적 개념으로 포퓰리즘이 많이 쓰이고 있다. 사실 정치 자체가 포퓰리즘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의 지지를 얻기 위해 소수에 속한 사람들 특히 기득권이나 부유층을 공격하는 전략들이 대부분은 잘 들어맞는다. 하지만 그 대가로 치르게 되는 비용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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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증원, 선의로 포장된 지옥으로 가는 길
보건의료정책 중 의사 인력 정책은 가장 중요한 정책이다. 시설과 장비는 과잉이나 과소가 될지라도 단기간에 조정이 가능하지만 한번 배출된 의사 인력은 장기간에 걸쳐 보건의료 재정과 정책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의사 인력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별도의 기구나 조직을 두고 있다. 미국의 보건의료인력국 산하 '국가보건의료인력분석센터(National Center for Health Workforce Analysis, NCHWA)',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전문가 중심의 '의사인력 수급 검토회', 네덜란드의 '의료인력계획 자문위원회(Advisory Committee for Medical Manpower Planning, ACMMP)', '보건의료서비스 연구소(Netherland Institute for Health Service Research, NIVEL)', 호주 보건부 산하의 '호주보건의료인력원(Health Workforce Australian, HWA)' 등이 그 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식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반지성주의를 언급하면서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정원 증원도 그래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의 근거로 삼은 연구보고서조차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하며 해당 연구보고서의 연구자들조차 2000명은 과하다고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통으로 일관하면서 전문가의 의견이나 반론은 '입틀막' 한 채 증원을 강력히 바라는 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한 의대정원 수요 추계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2000명 증원 카드를 던졌다.
지난 반세기 동안 포퓰리즘으로 인해 생겨난 의료의 켜켜이 쌓인 문제들은 다 덮어놓은 채 의사를 악마화하고 마치 의대증원이 개혁인 것처럼 포장하여 2000명을 증원하면 총선에서 득표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의사 소득이 일부 낮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다. 우리나라 의사 소득이 OECD 평균보다 높은 것이 우리가 OECD 최상위의 의료의 질을 유지하는 것에 어느 정도 동기부여를 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만일 의사 소득이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아지면 그것에 비례해서 의료의 질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덤으로 의사 수 증가로 인한 의료비 총액의 증가도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
출처 : 의협신문(http://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966&sc_word=%EC%9A%B0%EB%B4%89%EC%8B%9D&sc_wor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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