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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VIP 신드롬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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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의료정책연구소
조회 55회 작성일 21-09-1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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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전도연 씨가 어느 언론에서 "저는 카메라 앞에 서면 아직도 긴장되고 불편해요"라고 인터뷰한 적이 있다. 매일 반복해서 하던 일도 긴장하면 실수를 하게 된다. 학생이 평소에 잘하다가도 시험날 긴장해 시험을 망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의료 현장에서도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얼마 전 배우 한 모씨가 어깨 부위 지방종 제거 수술을 받던 도중 인두로 종양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화상이 발생하는 의료사고를 당한 것이 보도돼 세간의 이목을 끈 바 있다.

지방종 제거 수술은 혹이 있는 부위 바로 위를 절개해서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환자가 유명 연예인이다 보니 흉터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혹이 있는 부위가 아닌 브래지어 끈 라인을 절개하고 전기소작기(인두)로 피부 내부에서 종양을 제거하다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이처럼 특별한 환자에게 더 잘해주려고 신경을 쓰다가 일이 꼬여 오히려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의사들은 이를 'VIP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2010년 4월 10일 카틴숲 학살 70주년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폴란드 대통령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태운 비행기가 스몰렌스크 항공기지에 착륙하려다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사건도 그렇다. 비행기 블랙박스를 판독한 러시아 당국은 VIP 신드롬에 따른 조종사 실수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락 원인을 분석했다.

최근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한 법이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 국회를 통과했다. CCTV 왕국인 중국조차도 설치하지 않고 있는 수술실 CCTV를 거대 여당의 힘으로 밀어붙여 세계 최초로 설치하도록 한 것이다.


의료분쟁 우려로 인해 고난도 수술을 기피하게 될 것이라는 외과의사들의 호소도, 전공의 수련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진의 인권침해라는 주장도, 'CCTV가 의사·환자 간 불신을 초래하는 전체주의 사회를 연상시킨다'는 세계의사회의 우려도, 의료계 의견이 일리 있다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신중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당의 유력한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서신(書信) 정치에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설치하지 않은 수술실 CCTV를 의무화한 나라가 됐다.


매일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직업인 배우도 카메라가 돌아가면 긴장하기 마련이다. 수술실 CCTV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수술실은 때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긴박한 곳이다. 피가 솟구치는 혈관을 보비(전기소작기)로 잡아가며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도의 집중력으로 매 순간을 임하는 곳이다. 그런데 수술하는 의사 뒤에서 CCTV가 실시간 감시하는 상황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수술에 집중할 수 있는 의사가 과연 얼마나 될까. 수술실 CCTV로 인해 VIP 신드롬을 겪는 환자가 급증하게 되지 않을지 매우 우려된다.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 회장] 



* 원문보기: 매일경제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1/09/868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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