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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술실 CCTV, 이런 문제들도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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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의료정책연구소
조회 159회 작성일 21-07-1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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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법안을 두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CCTV를 설치하면 수술을 하는 집도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영상물로 남게 된다는 사실이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술실은 때론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큰 동맥혈관 근처에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암 덩어리가 발견될 때 주치의는 위험을 무릅쓰고 수술을 결정하고 집도를 하게 된다.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혈관이라도 터지면 수술 시야는 금세 시뻘건 피가 분출하며 흥건히 뒤덮이게 된다. 그리되면 집도의는 즉시 출혈 부위를 찾아 지혈해 가면서 암 조직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제거하는 수술을 이어나가게 된다.

그런데 만일 그 장면이 CCTV에 기록된다면 분쟁에 휘말릴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의사 입장에서 그런 위험도 높은 수술 자체를 아예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되면 수술실이 설치된 전국 1만여 의료기관에서 수술 후 영상물을 보관하게 된다. 청와대도 해킹되는 마당에 개인 의료기관 해킹으로 인해 예민한 영상물이 유출되는 것은 또 어떻게 막을 것인가. 유명 연예인의 성형수술 장면이나 산부인과 수술 장면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사회적 파장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외과 전공의 수련도 큰 문제다. 명의는 어느 날 갑자기 나오지 않는다. 외과 분야는 전공의 1~2년 차 때는 지도교수의 수술 참관과 보조를 하다가 3~4년 차에는 지도교수의 도움하에 간단한 수술부터 시작해서 난도 높은 수술을 직접 경험하면서 외과의사로서 실력을 배양하게 된다. 그런데 CCTV가 감시하는 상황에서는 의료분쟁에 대한 우려로 직접 집도할 기회를 가질 수 없게 된다. 눈으로만 보고 전문의 자격증을 딴들 수술을 할 수가 없다.

의료진 인권 문제도 크다. 누구도 감시받으며 일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일부 유력 정치인들의 성범죄로 보궐선거까지 치러야 했다.
 


그런데 정치인 집무실에 CCTV 설치한다는 말은 들어본 바가 없다. 국민이 원해도 정치인들의 인권은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되고 환자가 원하면 의료진의 인권은 무시돼도 된다는 이중적 사고는 결코 공정하지 못하다.

사실 수술실 CCTV는 여당에서도 이재명 경기도지사 말고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 6월 14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모 방송에서 수술실 CCTV와 관련해 신중론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그날 이후 그동안 별 관심도 없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송영길 민주당 당대표까지 나서서 일제히 수술실 내에 CCTV를 설치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2019년 말 소위 민식이법이 졸속으로 통과된 후 '스쿨존 민식이법 놀이'가 보도되는 등 졸속 입법의 부작용으로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연간 발생하는 고소·고발 건수가 55배 이상 많은 나라다. 인구수를 고려하면 146배가 넘어서 '동방고소지국'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술실 내 CCTV 설치법안이 통과된다면 소송이 두려워 수술을 포기함으로 인해 '수술대란'을 초래하는 등 대리수술 방지로 얻는 이익보다 훨씬 더 큰 문제들로 인해 엄청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이래저래 여야(與野) 고래 싸움에 의사와 환자만 새우 등 터지게 생겼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소장] 



*원문보기 : 매일경제 https://m.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1/07/684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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